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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 구조(인지 심리학적 관점)

수능 영어를 가르치면서 수능 특강이나 기타 지문에서 항상 나오는 주제이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인지 심리학에서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내용이고 심리학 개론에서 나옵니다.

(그 관점에서 서술하겠습니다.)




먼저 인간의 기억을 세 단계로 구분합니다.


1. 감각 기억(sensory memory) 혹은 sensory register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단기 기억(Short term memory / SMT) : 이걸 작동 기억 혹은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장기 기억(Long term memory / LTM)


인간이 어떤 자극이나 개념을 머리 속에서 받아들여 자신의 정보로 저장하는 과정을 보통 저걸로 설명합니다.


1.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감각의 단계에서 기억합니다. 어떤 감각이냐에 따라 조금 틀리지만 아주 길어도 몇 초 이내에 사라집니다. 보통 "손이 기억한다" 혹은 "감각적으로 나온다"라는 표현이 이겁니다. 이걸 단기 기억으로 넘기기 위해서는 주의, 집중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죠. 쇼핑몰에 갔다고 생각을 해 봅시다. 수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함께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립니다. 물론 그 모든 소리가 내 귀에 들리기는 합니다. 그런 자극들이 귀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내 머리속까지 들어오는 경우는 없고 대부분 다 흘러가 버리죠. 그러나 멀리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른다면? 확실히 들리는 것도 그렇지만 딱 주의 집중하게 되겠죠. 그 때부터는 그 소리가 내 머리속까지 오게 됩니다.


다른 예를 들자면 이런 경우도 있겠죠. 길을 걷다가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각각 다 다른 얼굴 생김새와 다른 옷차림으로 나와 마주치며 지나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확 꿈에 그리던 이상형과 마주쳤다고 생각해 봅시다.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오죠. 나의 눈, 나의 망막에 맺히기는 하는데 내 기억에는 없습니다.


이게 감각 기억 입니다.




1번 감각 기억에 2번 단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perception(지각)이라고 합니다. 감각은 말 그대로 5감이 느끼는 거지만 지각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들어오는 자극에 주의 집중을 하면서 의미 단위를 만들어 내는 거지요.


우리가 글을 읽을 때를 생각해 보죠.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다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글을 읽기 시작합니다.


ㅡ <- 이렇게 생긴 그 무언가를 봤다고 해 보죠. 보는 사람에 따라서 저건 하이픈 일 수도 있고, "으"에서 나온 오타일 수도 있죠.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단계가 지각(perception)입니다.


2. 이렇게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단기 기억에서는 계산을 합니다. 여기서 계산이라는 건, 수학적인 계산이 아니라 논리적인 계산입니다.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는 곳이죠. 이래서 단기 기억을 작업 기억 혹은 작동 기억이라고도 합니다. 중요한 건 단기 기억에서 저장하는 정보도 약 30초 정도 밖에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작업 기억에서 평균적으로 인간이 기억하는 단위는 7개 밖에 안 됩니다. 언뜻 이해가 안 가실 겁니다. 


 19911994199720002003 => 이 숫자들을 한 번 기억해 보세요.


잘 보시면 1991로 출발해서 3씩 더해지는 네 자리 숫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저 앞에 보여드린 숫자는 20개의 정보가 아니라 1991 + 3이라는 하나의 기억 단위가 됩니다.


복잡한 수학 공식 같은 것도 계속 외우다 보면 기억 단위로는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자동차 운전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속도계 봐야지, 정면 주시해야지, 좌우 백미러도 봐야지, 신호 봐야지, 차선 봐야지 .... 주의 집중할 게 많지만 익숙해지면 반사적으로 나옵니다. 나중가면 감각적으로 운전하게 되지요.


정리하자면 단기 기억은 논리적인 계산과 우리가 흔히 "생각"이라고 하는 작업을 하는 공간입니다. 30초의 유지 능력과 7개의 기억 단위를 가지고 있습니다.(앞서 말씀드렸다 시피 기억 단위라는 것은 얼마나 압축시켜서 가져가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단기 기억에서 만들어진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넘기기 위해서는 연습이 있어야 합니다. 영어에서 rehearsal이라고 하며, 심리학에서는 시연한다라고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지(cognition)이 일어나는 거지요.



 3. 장기 기억은 말 그대로 정보의 저장소 입니다. 정확하게 얼마나 오래 정보를 간직하느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단지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거의 영원하다라고 할 정도까지 갑니다. 용량 또한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죠. 거의 무한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장기 기억에 저장되는 정보는 외현 기억, 암묵 기억으로 크게 구분되고 외현 기억은 다시 의미기억, 일화적 기억으로 나뉩니다. 좀 더 세분화된 설명은 여기서는 넘어가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정보가 들어와서 저장되는 과정을 설명 드린 거구요.

반대로 기억된 정보를 꺼내는 과정도 있어야 겠지요.


지각(perception)의 반대가 통각(apperception)입니다.

보통 주제 통각 검사라고 해서 이상한 그림 하나 보여주고 이게 뭘로 보이세요? 하는 거 그거 ㅋㅋㅋ 그걸 생각해 주세요.


들어오는 자극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만 내가 가진 정보를 꺼내서 들어온 자극을 재구성하는 거죠. 이게 통각이라는 과정입니다.


인간이 뇌에 저장된 정보를 꺼내오는 과정은 사실 컴퓨터 하고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문이 잠겨 있고 열쇠가 100개 있다고 가정해 보죠. 인간은 일단 열쇠 구멍을 좀 살피고 거기에 맞는 최소 비슷한 것부터 꽂아 보겠죠. 이게 휴리스틱입니다.(heuristics) 


컴퓨터는 다르죠. 하나 꽂아 보고 안 되면 그거 버리고 다른 거 꽂아보고 언젠가는 찾으리라.......

이건 알고리즘 입니다.(algorithm)


물론 요즘에는 컴퓨터 기술이 많이 발달해서 컴퓨터도 알고리즘이 아닌 휴리스틱 처럼 정보를 검색하기도 하지요.


글을 시작하는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기억에 대한 지문이 많아서 나올 때마다 설명하게 되는 부분이라서 포스팅합니다.


기본적으로 STM, LTM의 의미, 그리고 이런 용어들이 나왔을 때 자꾸 어림 짐작으로 읽게 되는데, 이제부터는 그러지 않을 수 있도록 배경 지식을 가지고 읽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